UFC 역사상 가장 뜨거운 라이벌전 중 하나는 바로 다니엘 코미어(Daniel Cormier)와 존 존스(Jon Jones)의 대결입니다. 단순한 챔피언 벨트를 넘어선, 자존심과 인생 철학, 그리고 명예를 건 싸움이었던 이들의 대결은 수많은 팬들에게 전율을 안겨주었습니다. 두 선수는 서로 극과 극의 성향과 배경을 지녔으며, 그들의 전투는 기술뿐 아니라 감정, 논란, 그리고 드라마로 가득 찬 진정한 MMA 명승부로 평가받습니다.
1.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전사
다니엘 코미어는 NCAA 레슬링 올아메리칸 출신이자 올림픽 국가대표 경력까지 갖춘 엘리트 레슬러입니다. MMA 데뷔가 늦었지만, Strikeforce에서 전승을 거두며 UFC에 입성했고, UFC에서는 헤비급과 라이트헤비급 두 체급을 모두 석권한 몇 안 되는 파이터입니다. 그는 철저한 훈련과 성실한 태도, 해설자와 코치로서의 전문성까지 갖춘 UFC의 '모범생' 이미지로 많은 팬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반면, 존 존스는 UFC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천재적인 파이터입니다. 신체적 스펙,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술, 압도적인 경기 운영으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뿜어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반복된 약물 적발, 음주운전, 법적 문제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타락한 천재'라는 이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코미어와 존스의 대립에 극적인 서사를 더했습니다. 기술과 성격, 삶의 태도까지 정반대인 이들의 라이벌전은 팬들에게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선 '드라마'로 다가왔습니다.
2. 첫 번째 대결 - UFC 182 (2015년 1월 3일)
첫 맞대결은 2015년 1월 UFC 182에서 성사되었습니다. 두 선수는 경기 전부터 언론 인터뷰, 기자회견, SNS를 통해 격렬한 설전을 벌였고, ESPN 생방송 중 실제 몸싸움까지 벌이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당시 존스는 이미 8차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챔피언이었고, 코미어는 무패의 도전자로 UFC 입성 후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경기 내용은 치열했습니다. 코미어는 초반에 레슬링과 인파이팅으로 압박했지만, 존스는 놀라운 거리 조절 능력과 엘보우, 무릎 공격으로 점차 우세를 점했습니다. 특히 존스가 오히려 코미어를 여러 차례 테이크다운하는 장면은 관중과 해설진을 놀라게 했습니다. 결과는 5라운드 종료 후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존스가 벨트를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드러난 것은 단순한 기술 차이만이 아니었습니다. 존스는 코미어의 최대 무기였던 레슬링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심리전에서도 우위를 점했고, 전략과 컨디션 조절 능력 면에서도 한 수 위임을 입증했습니다. 코미어는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며 눈물을 보였고, 이 순간부터 둘 사이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습니다.
3. 경기 외 논란과 타이틀 공백
UFC 182 이후 존스는 코카인 양성 반응과 뺑소니 사고 등 여러 논란에 휘말리며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했습니다. 이에 따라 UFC는 코미어와 앤서니 존슨 간의 타이틀전(UFC 187)을 진행했고, 코미어는 존슨을 꺾고 새로운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오릅니다.
이 시기는 코미어에게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는 존스의 빈자리를 메우며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해설자와 지도자로서도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항상 "진짜 존스에게 진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떨쳐낼 수 없었고, 팬들 사이에서도 코미어를 '임시 챔피언'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했습니다.
4. 두 번째 대결 - UFC 214 (2017년 7월 29일)
수차례의 연기와 논란 끝에 마침내 두 번째 대결이 UFC 214에서 성사되었습니다. 이 경기는 MMA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리매치”로 꼽힐 만큼 관심을 모았고, 양 선수 모두 최고 컨디션으로 무대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코미어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매진했고, 존스 역시 이미지 회복과 챔피언 복귀라는 절실한 목표를 안고 옥타곤에 올랐습니다.
경기 초반은 예상 외로 코미어가 밀리지 않는 흐름이었습니다. 강력한 인파이팅과 펀치 압박으로 존스를 뒤로 물러서게 했고, 1, 2라운드에서는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3라운드, 존스의 왼발 하이킥이 정확히 코미어의 관자놀이를 강타하며 경기는 극적으로 마무리됩니다. 코미어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쓰러졌고, 존스는 파운딩으로 마무리하며 TKO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경기 후 존스는 감동적인 승자 인터뷰를 하며 “당신은 내가 만난 가장 위대한 경쟁자였다”고 말해 코미어와 팬들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그러나 이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몇 주 후, 존스의 경기 후 약물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적발되었고, 경기는 무효 처리되며 타이틀은 다시 코미어에게 돌아갔습니다.
5. 존스의 약물 스캔들, 코미어의 유산
존스는 반복된 약물 적발로 인해 팬들과 업계의 신뢰를 잃게 되었고, 그가 쌓은 업적 역시 많은 의문부호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뛰어난 재능과 기술, 그리고 압도적인 옥타곤 퍼포먼스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커리어는 늘 ‘그러나’라는 단서를 달게 됩니다.
반면 코미어는 존스에게 두 번 졌지만,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팬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후 헤비급으로 복귀해 스티페 미오치치를 꺾고 UFC 역사상 두 체급 챔피언(Dual Champion)에 오르며 새로운 전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는 해설자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은퇴 후에도 UFC의 얼굴 중 한 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6. 결론: 가장 복잡하고도 상징적인 라이벌
다니엘 코미어와 존 존스의 대결은 단순히 두 선수의 맞붙음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들의 경기는 천재성과 노력, 논란과 모범, 기술과 정신력의 총체적인 충돌이었으며, MMA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극적이고 인간적인 드라마를 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존스는 재능과 파괴력 면에서 역사상 최고일 수 있지만, 반복된 도핑과 문제 행동으로 인해 명예의 전당급 평가는 늘 유보됩니다. 반면 코미어는 기술적으로는 존스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많은 존경을 받았고, UFC 역사에 길이 남을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이 라이벌전은 끝났지만, 두 선수의 이야기와 상징성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회자될 것입니다. 팬들에게 이들은 완벽하지 않았기에 더 기억에 남는, 가장 인간적인 전사들이었습니다.